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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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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안보에 대하여
Date : 2016-10-17
Name : 문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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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상 갈라졌던 두 나라가 합의하여 통일을 이루는 소위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유일한 예외인 독일의 통일은 소련 붕괴 후 공산주의 동독이 스스로 자유주의 서독에 합쳐지기를 원하여 이루어진 흡수통일이었다. 두 독일은 분단 후에도 상호 왕래와 서신 교류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동독에서도 종교 활동이 허용되는 등 하나의 민족으로서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의 남북은 지난 분단 이후 혈육의 상봉마저 거의 허용되지 않는 매몰찬 분단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근대 국가를 만들어 보지 못한 이북 체제가 이전의 전제 군주가 그렇듯 인민의 인권이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교류가 단절된 채로 70년이 지났으니 과연 두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 간에 동질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이고, 통일의 여정이 평화적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된 적이 있다. 아마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썼던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두 체제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화학적 결합에 대해서는 짐짓 간과하고 있다. 한 쪽은 자유주의 속에서 살아 온 근대화된 시민이고 다른 한 쪽은 유일 체제 속에서 살아 온 근대적 사람들이다. 그러니 함께 커뮤니티 내의 동등한 이웃으로 살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 점이 통일의 여정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통일을 이야기 할 때에는 대박같은 표현을 쓰기 보다는 차근차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설득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북한 주민에게 시장 자유주의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에 대한 커리큘럼의 개발 같은 것을 포함하여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통일을 논의할 때 문제점 중의 하나는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 모호하게 얼버무린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남용된다. 물론 평화적으로 통일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역사적 통계를 보더라도 세상 일이 우리가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최악의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모든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에서도 현대적인 의미의 안보는 집단 안보가 기본이므로 한미동맹은 지속적으로 견고하게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안보를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않느냐고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안보를 홀로 떠 맡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안보를 지키는 일은 전혀 자존심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잊어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사실 한국은 지난 60여 년간의 평화의 시기를 살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압박에서 좀 벗어나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작품인 한미방위조약이 너무나 잘 작동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안보에 대한 자주정신이 다소 후퇴한 듯하여 걱정이다. 동맹국으로서 책임과 부담을 함께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지, “국방은 내 일이 아니다.”는 식이 되면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동맹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대한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드라고 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 지역민의 반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유, 정치권의 반대 등 수많은 반대가 있었다.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논란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체제가 완성을 앞 두고 있다는 마당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인들의 이런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갈 것 같다. 이런 일이 계속 축적되다 보면 아무리 견고한 동맹국이라 해도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라는 동맹국과 안보에 대한 엇박자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과거 미국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월남전 참전을 통해 많은 희생을 함께 감당하며 동맹의 우의를 다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 희생을 기반하여 한국은 그 때 다져진 한미동맹의 울타리 안에서 경제개발을 잘 한 덕에 오늘날 세계 10여 위 권의 경제 규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베트남 참전은,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한 쪽의 적은 동맹국의 적이라는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 후 이라크전에 파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라크전에 참전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았을 때는 동맹국으로서의 진정한 성의를 보여주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어려워하는 전투지역을 모두 외면하고 자이툰 부대가 갔던 곳은 전투가 전혀 없고, 동네 학교나 보수하는 소위 민사작전만 하는 지역이었다. 이런 결정이 과연 우리 국민의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이다. 하긴 그 이전에 반미 촛불시위가 거세게 일고 인천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사람들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부터 한미 간의 전통적인 우의는 많이 흔들렸을 것이다.

청교도 정신을 토대로 나라를 만든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커다란 책임감을 갖고 살아 왔다. 사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은 별도의 대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쟁 없이 편안하게 살 수도 있을 것인데, 미국은 1, 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서 자유주의를 지키는데 나서왔고 그런 미국과 동맹을 맺게 된 것은 한국의 복이었다. 그 동안 미국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 미국은 큰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전쟁을 불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 내용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이 이제 그런 역할을 떠 맡는 데 대해 피로감을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국면에서 우리는 안보에 대해 미국에 의존하는 습성이 생겼음을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좀 더 큰 희생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한국으로서는 한미 간의 전통적인 동맹 안보체제를 굳건히 해야 자유주의 체제를 수호하며 통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통일과 안보는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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